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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우리 팀 파이팅_동화 구연가 모임 '해 웃음'

우리 팀 파이팅_동화 구연가 모임 '해 웃음'

어린 시절, 할머니 품에서 들었던 구수한 옛 이야기들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세월이 흘러 내용은 가물거려도 그때 할머니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졌던 따뜻함은 평생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목소리 하나만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선사하고 있는 분당 동화 구연가 모임, '해 웃음'. 해처럼 밝은 아이들의 웃음을 닮고 싶다는 그녀들의 시계는 아직 '해맑고 찬란한 유년시절'에 멈춰져 있다.

분당 동화 구연가 모임 '해 웃음' 멤버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금숙, 강지현, 박경희, 장혜련, 신현재, 김유진, 전은하씨.

◆동화 개작은 물론 교구제작, 동극까지 척척 해내는 만능 재주꾼들

"그래서, 콩 나라 친구들은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냈대요." 도무지 아마추어라곤 믿어지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 실제 인형극을 방불케 하는 아기자기한 소품에 화려한 배경장치까지. 그녀들의 손길은 작은 무대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오늘 쓴 것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의 10분의 1도 안 되는데(웃음). 아무래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소품이나 교구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마치 전문 유랑극단 같다는 말에 모임의 맏언니이자 대표인 박경희(42·분당구 정자동)씨가 쑥스러운 듯 말문을 연다. 각자 동화 구연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7명의 멤버들이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백화점 문화센터와 도서관 등지에서 동화 구연가 과정을 수료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저랑 강지현 선생님은 양쪽 수업 모두 참여하고 있었거든요. 반마다 정원이 스무 명 남짓 됐었는데, 유독 처음부터 맘이 잘 맞는 사람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모임을 제안했죠." 박씨의 말에 조용히 듣고 있던 강지현(37·분당구 서현동)씨가 슬쩍 귀띔을 한다. "다들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지닌 실력가들이죠.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못하는 게 없죠. 지금은 다들 자격증을 소지한 동화 구연 전문가들이랍니다." 그렇게 뭉친 7명의 멤버들이 처음 함께한 일은 동화 구연 봉사활동. 분당문화정보센터에서 꼬박 일년을 봉사하면서 실력과 우정을 함께 키워왔다.

◆한달에 두 번씩 구연 봉사, 10분짜리 동화를 위해 며칠 동안 밤 새워

"지금도 한달에 두 번씩은 도서관이나 어린이집 등을 찾아다니면서 동화를 들려주고 있어요. 힘들긴 하지만 그 이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함께 다니는 봉사 외에도 개인적으로 서울 사직도서관과 수정도서관, 어린이박물관 등에서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는 전은하(41·분당구 서현동)씨. '해 웃음'이라는 모임 명을 생각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모임 이름뿐만이 아니다. 동화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모임 주제가부터 크고 작은 소품들까지 모두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냈다.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해 웃음' 멤버들. 정기 모임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지만 공연을 하거나 교구를 제작할 땐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보게 된단다. "매달 첫째, 둘째 주는 함께 모여 스터디를 하고요. 나머지 두 주는 봉사활동을 해요. 스터디할 땐 서로 냉정하게 평가해주고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때문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죠." 대학시절 아동극단에서 연기를 했다는 모임의 막내 김유진(33· 분당구 구미동)씨의 말이다. 10분 남짓 되는 동화 구연을 위해 멤버들이 쏟는 힘과 노력은 도무지 시간이나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고. 매달 2만원씩 내는 회비로는 재료 구입조차 어렵기 때문에 매번 사비를 털기 일쑤다. "이 나이에 대사 외우고, 며칠 밤새면서 교구 만들다 보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물론 있죠. 하지만 다음날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건 정말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더라고요." 임금숙(37·분당구 구미동)씨의 말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해 웃음 선생님의 동화 구연을 귀 기울여 듣고있는 아이들.
◆가족은 최초의 관객이자 최고의 비평가… 동화 통해 더 화목해졌어요

동화 구연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가족끼리 더 화목해졌다는 장혜련(37·분당구 서현동)씨. 그도 그럴 것이 늘 동화를 접하다 보니 아이의 눈높이를 저절로 알게 되고, 남편을 대하는 태도도 훨씬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란다. "사실 이 일이 남편과 아이들의 강력한 외조 없인 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처음엔 바빠진 엄마 모습을 낯설어하던 아이도 이젠 제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슬쩍 와서 신랄한 비평도 서슴지 않아요. 남편 역시 교구를 만들 때 가위질이나 풀칠을 자청하기도 하죠." 장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현재(34·분당구 정자동)씨의 당부가 이어진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함께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년이나 나이, 글자를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들은 그저 따뜻한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거든요." '해 웃음'이 들려주는 동화 구연이나 공연을 원한다면, 이메일(fotobo@hanmail,net)로 문의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로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후원도 환영이란다.


글 이승연 객원기자 | 사진 이경호 기자